고슴도치를 키우는 보호자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행동 중 하나가 바로 고슴도치가 자신의 배설물 위에 몸을 비비며 뒹구는 모습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당황하거나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며, 심지어 건강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고슴도치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습성은 아니며, 여러 야생 동물에서도 유사한 행동 패턴이 관찰된다. 이 글에서는 고슴도치가 배설물에 뒹구는 행동이 영역 표시인지, 아니면 비정상적 습성인지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고, 보호자로서 이 행동을 어떻게 해석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실용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고슴도치는 청결을 중시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지만, 특정한 조건에서 배설물과의 접촉을 스스로 선택하는 이유에는 본능적 행동, 감각 자극 반응, 정서적 안정, 그리고 환경 적응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 행동이 단순한 습관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스트레스나 사육 환경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는 단순히 ‘더럽다’고 여기기보다는 그 맥락과 원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고슴도치가 배설물 위에 뒹구는 본능적 이유
고슴도치가 자신의 배설물에 몸을 비비는 행동은 매우 특이하게 보이지만, 사실 이는 동물의 본능적인 자가 위장 또는 영역 표시 행동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야생에서 고슴도치는 작은 체구 때문에 수많은 포식자로부터 위협을 받으며 살아간다. 이런 환경 속에서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체취를 감추거나, 주변 환경의 냄새를 몸에 묻혀 포식자의 인식을 흐리는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특히 배설물은 자기 체내에서 나온 가장 강한 냄새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를 몸에 묻힘으로써 자신의 영역임을 강조하거나, 특정 공간에서 안정감을 얻는 데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일부 고슴도치는 자극 반응(Self-anointing)처럼, 냄새 자극이 강한 물질에 반응해 침을 섞어 몸에 바르기도 하는데, 배설물도 유사한 감각 자극을 유도할 수 있어 본능적으로 뒹굴게 되는 것이다. 실제 관찰 사례에 따르면 배설물 외에도 침구의 특정 냄새, 사료 잔여물, 심지어 보호자의 손 냄새에도 유사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특정한 ‘강한 자극’이 있을 때 고슴도치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감각 기반 행동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히 비위생적이거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동물 본능의 일환이자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고슴도치가 배설물에 뒹굴었다고 해서 이를 무조건 문제 행동으로 간주하거나 억지로 제지할 필요는 없으며, 그 빈도와 맥락을 고려해 행동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어릴수록 이러한 행동이 자주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학습 과정에서 환경을 인지하고 자신의 체취를 공간에 각인시키는 일종의 영역화 과정일 수 있다.
정상 습성과 이상 행동의 경계는 어디일까?
고슴도치의 배설물 뒹굴기 행동이 무조건 본능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상적인 범주의 습성과 병적인 이상 행동은 구체적인 행동 맥락과 반복성, 그리고 관련된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하루에 한두 번, 배설 직후 특정 구역에서만 뒹구는 행동이라면 본능적인 영역 표시 또는 감각 자극 반응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하루에도 수십 번 같은 행동을 반복하거나, 배설물뿐만 아니라 먹이, 침구, 바닥 등 다양한 자극물에 과도하게 몸을 문지른다면 이는 스트레스나 신경계 자극 과잉 상태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고슴도치가 이 행동 후 평소와 다른 무기력, 식욕 부진, 불규칙한 수면 패턴 등을 동반한다면 환경 스트레스, 사육 밀도 과다, 소음, 온도 변화 등 외부 요인에 대한 불안 반응일 수 있다. 또한 위생 환경이 지나치게 나쁘거나, 배설물이 장시간 방치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뒹구는 행동을 보일 경우, 고슴도치가 ‘자신의 냄새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불안을 느껴 스스로 체취를 다시 각인시키려는 행위일 수도 있다. 일부 고슴도치는 보호자의 청소 직후 새로운 냄새가 나면 그 위에 다시 자신의 배설물을 묻히려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공간을 낯설게 느끼기 때문이며 일종의 재영역화 시도다. 이렇듯 동일한 행동이라도 맥락과 강도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는 고슴도치의 전반적인 행동 패턴과 감정 상태, 그리고 환경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필요시 이상 행동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신속히 조치해야 한다. 단순히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행동 자체를 억누르는 것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으며, 문제의 원인을 외부 환경과 감정 요인에서 찾아 개선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고슴도치 보호자를 위한 관리 및 대응 전략
고슴도치가 배설물 위에 뒹구는 행동을 보일 때 보호자는 우선적으로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비록 행동이 본능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배설물은 박테리아와 기생충의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청결한 환경 유지는 고슴도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루 1~2회의 국소 청소 또는 구역별 정기 청소를 통해 배설물이 오랜 시간 방치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고슴도치가 자주 뒹구는 특정 지점은 관찰을 통해 파악해 더욱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고슴도치의 행동 빈도와 맥락을 꾸준히 기록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단순한 배설물 뒹굴기 외에도, 특정 시기나 자극에 대한 반응이 강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면 그것이 계절 변화, 호르몬 변화, 스트레스 요인에 의한 것인지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세 번째는 환경 자극 요소의 조절이다. 고슴도치가 너무 지루하거나 자극이 부족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면 본능적인 자극을 스스로 유도하려는 행동이 과도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터널, 은신처, 후각 자극 장난감 등으로 일상에 변화를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보호자와의 교감 시간이나 일일 자유 탐색 시간도 심리적 안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는 고슴도치의 행동을 무조건 억제하기보다는, 그 행동이 전달하려는 신호를 읽고 해석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고슴도치는 말을 하지 않지만, 행동으로 환경과 감정을 표현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그 신호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시도는 보호자와의 유대감을 깊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고슴도치의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요약하자면 배설물에 뒹구는 행동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맥락과 환경이 어떤지를 먼저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개선하는 것이 보호자로서의 올바른 자세이다.
결론
고슴도치가 자신의 배설물 위에 뒹구는 행동은 단순히 지저분하거나 문제 있는 행동이 아니라, 본능적 반응과 감각 자극, 환경 적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 특히 야생 본능에서 비롯된 체취 위장, 영역 표시, 자극 반응 등이 배경에 있으며, 사육 환경이나 정서적 안정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러한 행동을 목격했을 때 보호자는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그 행동이 발생한 시점과 조건, 반복성, 강도 등을 세심하게 관찰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생활환경을 조정해 고슴도치가 더 안정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청결 관리, 자극 요소 제공, 정기적 관찰 등을 통해 행동의 본질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다면, 배설물 뒹굴기 같은 특이 행동도 고슴도치의 언어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는 단순한 행동 분석을 넘어 보호자와 고슴도치 간의 신뢰 형성과 장기적 건강 관리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