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피는 초보자도 쉽게 키울 수 있는 대표적인 관상어로, 화려한 꼬리와 다양한 품종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구피는 아무 수조에서도 잘 산다’는 인식입니다. 실제로 구피는 환경 변화에 민감하고, 수질이나 온도, 먹이의 관리 수준에 따라 건강과 번식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구피를 오래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수질 조건, 적정 수온, 먹이 급여 방법에 대해 세부적으로 정리합니다. 초보자는 물론, 기존 구피 사육자도 한 번쯤 점검해야 할 내용입니다.
수질 관리: pH, 염소, 암모니아까지 체크
구피는 민물 열대어 중에서도 수질에 민감한 종에 속합니다. 특히 암모니아, 아질산, 염소 등 독성 물질이 축적되거나 수치가 급격히 변동하면 구피는 금세 면역력이 떨어지며, 질병이나 폐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적정한 수질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주기적인 수질 측정과 관찰이 필수입니다. 먼저 구피가 가장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pH는 6.8~7.8 사이입니다. pH가 이보다 낮거나 높으면 아가미 기능 저하, 스트레스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급변하는 경우는 특히 치명적입니다. pH 측정기는 시중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며, 일주일에 한 번은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염소 제거는 절대적인 기본입니다. 수돗물을 사용할 경우 반드시 하루 이상 받아 놓거나, 시판 중인 염소 중화제를 사용해 탈염소 처리한 후 어항에 넣어야 합니다. 염소는 구피의 아가미를 손상시켜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가장 주의해야 할 항목은 암모니아와 아질산 수치입니다. 이는 물고기의 배설물, 먹이 찌꺼기에서 발생하며, 축적될 경우 물고기의 면역 기능을 마비시키고, 심하면 즉사하게 됩니다. 필터를 통해 물을 순환시키는 동시에, 일정 주기(일반적으로 2~3일)에 20~30% 정도 환수(물갈이)를 통해 독성 물질을 희석시켜야 합니다. 또한 구피를 키우는 어항에는 적당한 양의 수초를 함께 배치하면, 수질 정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수초는 질소 순환계에 일부 기여하며, 구피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휴식을 취할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구피 수질 관리는 단순히 깨끗한 물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 수치와 환경 균형을 함께 고려한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초보자라도 최소한 pH, 염소, 암모니아 3가지는 기본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구피의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수온 유지: 구피에게 가장 중요한 안정성
많은 초보자들이 구피의 적정 수온을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구피는 변온동물로 외부 온도에 따라 생리적 기능이 크게 좌우되는 민감한 생물입니다. 수온이 일정하지 않거나 갑작스럽게 낮아지면 면역력 저하, 먹이 거부, 번식률 감소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구피가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온도는 24~27도 사이입니다. 이 범위를 벗어나면 움직임이 둔해지고, 체내 대사 속도가 느려지면서 질병에 쉽게 노출됩니다. 특히 겨울철 난방을 하지 않는 실내 환경에서는 수온이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럴 경우 구피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얗게 색이 빠지는 증상’이나 ‘지느러미가 오그라드는 현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수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조용 히터 설치가 필수입니다. 자동 온도 조절 기능이 있는 히터를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히터 고장이나 과열 방지를 위해 수조용 온도계를 함께 설치해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히터는 어항의 크기에 따라 와트(W) 수를 맞춰야 하며, 너무 큰 히터는 과열 위험이, 너무 작은 히터는 온도 유지가 어려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여름철에는 반대로 온도 상승에 주의해야 합니다. 실내 온도가 3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물속 산소 용해도가 급격히 낮아지고, 구피는 숨쉬기 어려워지며 질식사에 가까운 상태가 올 수 있습니다. 이때는 어항 뚜껑을 열고, 냉각 팬이나 에어레이션을 활용해 수온을 조금 낮추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온 변화는 서서히 이루어져야 하며, 하루 2도 이상 급변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특히 물갈이 시 찬물을 무리하게 넣으면 구피가 온도 쇼크를 받아 폐사할 수 있으므로, 새 물은 기존 수온과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먹이 급여: 양보다 ‘균형’이 중요하다
구피는 잡식성이며 다양한 먹이를 먹지만, 단순히 많이 준다고 좋은 것이 아닙니다. 먹이 급여는 양, 횟수, 종류의 균형이 중요하며, 이것이 구피의 성장, 색상 발현, 번식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우선, 일반적으로는 하루 1~2회 급여가 적당합니다. 급여 시간은 오전과 저녁으로 나눠 주는 것이 이상적이며, 먹이가 2분 내에 모두 소모될 수 있을 정도의 양이 가장 적당합니다. 이를 넘기면 먹이 찌꺼기가 어항 바닥에 남아 수질을 오염시키고, 앞서 설명한 암모니아 수치 상승의 원인이 됩니다. 먹이 종류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① 건사료(플레이크, 펠렛): 가장 기본적인 먹이로, 구피용으로 특화된 제품에는 비타민, 색상 발현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② 냉동먹이(브라인쉬림프, 징거미새우): 단백질 보충에 효과적이며, 구피의 식욕을 자극하는 데 탁월합니다. ③ 생먹이(브라인쉬림프 부화 등): 번식용 구피나 치어에게 주기 좋지만, 관리가 어렵고 병원균 유입 위험이 있어 초보자에게는 추천되지 않습니다. 특히 치어(새끼 구피)는 일반 구피보다 더 자주, 더 부드러운 먹이를 소량씩 나누어 급여해야 하며, 분말 형태의 치어 전용 사료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성어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경우 먹이 경쟁에서 밀리기 쉽기 때문에, 따로 분리해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먹이에도 균형 잡힌 영양소가 필요합니다. 단백질 중심의 먹이만 줄 경우, 지방 축적이나 내장 질환이 생길 수 있으므로, 식물성 성분이 포함된 사료와 번갈아 급여하는 것이 건강한 성장에 도움 됩니다. 마지막으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급식하지 않는 ‘절식일’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소화를 돕고, 물속 질소 농도를 낮춰주는 데도 효과적입니다. 무엇보다도 급여는 ‘습관’이 아닌, ‘관찰’을 바탕으로 구피의 상태에 맞춰 유동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결론
구피는 단순히 보기 좋은 관상어가 아닌, 제대로 키우면 몇 년간 건강하게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반려 생명입니다. 수질, 온도, 먹이라는 3가지 요소는 구피 사육의 가장 핵심적인 환경 요소이며,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질병과 스트레스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초보자일수록 ‘구피는 아무렇게나 키워도 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기본적인 지식과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관찰하고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구피에게 좋은 환경은 곧 사육자에게도 힐링과 만족감을 주는 환경이 됩니다. 작은 물속에서 펼쳐지는 생명의 조화, 그 시작은 기본에 충실한 관리로부터 시작됩니다.